내 그림, 얼마라고 해야 하나
누가 값을 물으면 말문이 막힙니다. 미술품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아본 내용을 적었습니다.
작품을 보고 "이거 얼마예요" 하고 물으면 당황스럽습니다.
비싸게 부르면 욕심쟁이 같고, 싸게 부르면 그동안 그린 게 아까워집니다. 그래서 "글쎄요" 하고 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들 하십니다.
호당 가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
미술계에서 오래 쓰인 방식입니다. 그림 크기를 호(號)로 세고, 한 호에 얼마씩 매겨 곱하는 방식입니다.
10호면 호당 가격의 열 배, 100호면 백 배가 되는 식입니다.
다만 요즘은 이 방식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. 같은 크기라도 작품에 따라 다르고, 큰 작품이 작은 작품의 열 배만큼 값이 오르지도 않습니다. 참고하는 기준 중 하나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.
결국은 거래 기록이 기준이 됩니다
값을 정하는 쪽에서 제일 많이 보는 건 그 작가의 작품이 실제로 얼마에 거래됐는가입니다.
전시 이력, 수상 경력, 소장처도 봅니다. 그런데 그런 것들도 결국 "이 작가 작품이 이 정도 값에 오갔다"는 기록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생깁니다.
반대로 말하면, 기록이 없으면 기준도 없습니다. 아무리 오래 그리셨어도 남은 기록이 없으면 값을 매기는 쪽에서 근거로 삼을 게 없습니다.
그래서 기록이 먼저입니다
값을 올리는 방법을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. 그런데 순서가 그 전에 있습니다.
언제 그린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, 어디에 걸렸는지, 누구에게 갔는지. 이게 쌓여야 나중에 근거가 됩니다.
노트에 적어두는 것도 기록입니다. 다만 노트는 잃어버립니다. 그리고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.
저희가 할 수 있는 일과 못 하는 일
먼저 못 하는 것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.
저희는 작품 값을 매기지 않습니다. 얼마짜리라고 말씀드리지 않고, 앞으로 오를 거라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. 그건 감정하는 분들의 영역이고,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.
저희가 하는 건 기록을 남기는 것까지입니다. 작품마다 주소를 붙이고, 그 작품의 이미지를 숫자로 바꿔 날짜와 함께 적어둡니다. 나중에 누가 확인하려 하면 그 기록을 열어보면 됩니다.
지금 적어두는 게 10년 뒤에 쓰입니다
값은 하루아침에 정해지지 않습니다. 기록이 쌓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.
그 시간을 줄일 방법은 없지만, 적어도 오늘 그린 작품을 오늘 기록해 두는 건 할 수 있습니다. 10년 뒤에 "이게 언제 작품이더라" 하지 않으려면요.
필그레이 갤러리는 작가님 전시실과 작품 기록을 만들어 드립니다. 전시실은 비용 없이 하실 수 있습니다. 작품 사진만 있으면 됩니다.
전화가 편하시면 051-637-5697로 연락 주십시오.